,·´″```°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희수(喜壽)의 묵상 -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들 (9) / 장례문화 유감(有感)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2. 7. 6. 23:01

 

 

희수(喜壽)의 묵상 - 죽음에 대한 나의 생각들 (9)

 

장례문화 유감(有感) / 혜천 김기상

 

 

숨이 멎은 망자(亡者)는 전혀 말이 없다.

이러고저러고,  이랬으면저랬으면,  이래라저래라

망자(亡者)의 희망과 의지는 그 어느 구석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세상을 떠난 분이 모셔져 있는 빈소와 영결식이 거행되는 장례식장

등에서 행해지는 의식 절차의 내용들을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자세

히 들여다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망자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 있는 자의 언어로 일체의 의식이 치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다가올 자신들의 죽음을 앞당겨 보면서 내뱉는 산자들 자신

들을 위한 위안의 뜻이 배어 있다는 것이다. 죽은 사람과 생시에 맺

었던 이런저런 관계 때문에 살아 있는 바로 그들에게 주어지는 이런

저런 마음의 짐을 덜어내기 위한 몸짓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장례문화는 정작 망자 자신보다는 살아 있는 자들이 자신

들의 애잔한 정서와 이별의 아픔을 극대화하기 위해서 만들어 낸 문

화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망자의 주검 앞에서 거의 박제화된 의례적인 다음과 같은

말로써 위안을 주고받는다.

 

     망자께서는

    

     구원과 영생에 대한 굳건한 믿음 안에서 참으로 평온하

     게 주님의 품에 안기셨다.. 

     

     지나온 삶을 깊이 성찰하고 자기 주변을 말끔히 정리한

     다음  홀가분하게 떠나셨다.

 

     일찌기 보지 못한 미소를 머금은 온화한 모습으로 잠을

     자듯 숨을 거두셨다. 는 식으로 

 

살아 있는 자들이 그리고 있는 이상적인 임종(臨終)에 대한 의지와

소망을 대입하여 진술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곤 한다.

 

나의 바람을 말한다면,  임종을 앞두고 있는 분의 의식이 정상적일

때, 장례에 대한 그 분의 생각과 바람을 조심스레 타진하고 확인해

두었다가 망자의 생각과 바람을 십분 존중해서 되도록 간소하고 정

중하게 장례를 치러내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예컨대, 화장을 할 경우라면 턱없이 비싼 고가의 관(棺)이 왜 필요

하며, 가톨릭 신부(神父) 처럼 생시에 아껴 입던 옷 중에서 가장 깨

끗하고 성한 것으로 수의(壽衣)를 대신한다고 해서 아니 될 이유는

전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뒤에 남아 여전히 삶을 살아내야 하는 가족들의 경제 형편을 감안하

여 최대한 아끼고 절제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평소에 느낀 바 바라고 원하는 장례의전에 대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기록하여 자녀들에게 유언의 형식으로 적어

두고 있다. 

 

혜천
2012.07.06 20: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