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가는 인생.
아... 이 몸은 무에서 나와 무로 다시 돌아가는가.
영혼이 일단 몸에서 떠나면 백골만이 땅 위에 버려지고,
그나마 오랜 세월이 지나면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영겁을 두고 사라지지 않는 것이 있으니
그대가 살았을 때 남긴 삶의 흔적이다.
일체 모든 현상은 덧없는 것이니
무엇하나 영원한 것이 없구나.
인연 따라 나고 죽어 생애를 거듭하니
애착게도 보존할 수 없네.
자기 업에 따라 죽어가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은 이제 죽음 앞에서 떨고 있지 않은가.
업의 발자국은 자기가 죽은 후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몸이란 무엇이며 어떤 것인가를 생각하라.
그에 의지해서 편함을 구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각가지 망상과 질병투성이, 이 모두가 참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몸이란 늙으면 세약해 지고 병의 온상이요,
깨어지기 쉬운 것이다.
형체는 무너지고 살은 썩어가는 것이며
생명이 다하면 자연으로 돌아갈 뿐이다.
태어난 자는 반드시 죽는다.
죽음을 피할 길은 그 어디에도 없다.
이것은 살아있는 자의 운명이다.
인생은 그 행위에 의해서 평가해야 하며
시간으로 개량할 것이 못 된다.
인간은 30세에 죽어도 늙은이 못지않게 성숙할 수 있고,
80세의 장수를 누려도 어리석은 어린이에 불가한 경우도 있다.
그렇다. 사후에도 여전히 이름이 살아있는 자가 있는가 하면,
살아있으면서도 이미 사멸되어 있는 자도 볼 수 있다.
그대가 전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의 그대가 받는 것을 보아라.
내생의 일을 알고 싶거든 현재의 내가 짓고 있는 것을 보아라.
악한 사람에게 물드는 것은 냄새 나는 물건을 가까이하듯
조금씩 허물을 일으키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악한 사람이 된다.
어진 사람에게 물드는 것은 향기를 쏘이며 가까이하듯
지계를 일깨우며 선을 쌓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선한 사람이 된다.
편견에 사로잡힌 사람은
자기와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을 멸시한다.
그리하여 그는 자기 견해만을 고집하면서
상대가 무슨 말을 하든 한걸음도 양보하지 않는다.
세상을 살아가는 동안에
언제나 성공만 따르기를 바라지 말라.
일을 그르치지 않으면 그것이 곧 성공인 것이다.
남에게 은혜를 베풀 때에
상대방이 그 은덕에 감동하기를 바라지 말라.
상대방이 원망하지 않는다면 그것이 바로 은덕인 것이다.
영원불멸의 진리는 하나밖에 없다.
인간의 이런저런 상념이 허상을 만들어 낼 뿐이다.
인간은 저마다 내 생각이 옳고 네 생각은 틀렸다고 하지만
알고 보면 그것도 나름의 상념에 근거하는 판단에 불과하다.
............외 계속
- 법구경 중에서(엄주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