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해 들어 호수가 보고 싶어 한강변을 달려 한 시간 반 만에 팔당 호수에 도착했다. 나는 가끔 홀로 여기 와, 호수와 말을 하다 가곤 한다. 오랜만이다. 더구나 겨울 방문은 처음이다. 그런데 호수는 입과 몸이 얼어붙어 말이 없었다. 오랜만인데 본체만체 한다. 얼어붙은 호수의 엷은 안개는 호수의 한숨처럼 보인다. 쓸쓸하고 무심하다.
겨울은 고약한 심술쟁이 영감인가? 자연을 죽은 듯 벙어리로 만들어 나를 외면하고 냉대하게 한다. 호변의 언 땅 위에 앉아 땅의 냉대를 받으며 나도 무심이 되어본다. 캔 맥주 하나 마시고 인생의 겨울을 반추하다 돌아섰다. 취수장 부근에 차를 세우고 다시 호수를 불러도 말이 없었다. 팔당 댐 전망대에서 보니 팔당댐 아래는 얼음이 녹아 물새들이 놀고 있었다. 물새만 한참 바라보다 돌아왔다.
오랜 시간 호수에서 냉대에 떨었지만 벼 그루터기들을 안고 겨울을 나는 답옹(畓翁-논)이 말했다. "아무것도 바라지 말고 무욕 무심이 되어 마음을 비워라." 그러고 보니 대침묵 피정 중이다. 애써 말을 건 내가 바보다. 비움이란 화두를 받고 돌아왔다. 빈들이 좋다.
09-1-3
올 때는 판교로 오니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취수장 부근
퇴촌으로 통하는 광동교
팔당 댐 ▼팔당 댐 전망대 |
| 출처 : | 늘푸른나무 | 글쓴이 : 녹암 원글보기 |
',·´″```°³о♣마음의 쉼터↘ > 詩人 녹암 진장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빈 산(空山) -비움에 대한 묵상/녹암 진장춘 (0) | 2009.01.11 |
|---|---|
| 지기와의 신년 첫 만남/녹암 진장춘 (0) | 2009.01.05 |
| 삶의 여울 /녹암 진장춘 (0) | 2009.01.03 |
| 엑셀로만든 가계부/녹암 진장춘 (0) | 2009.01.02 |
| 새해의 기도 /녹암 진장춘 (0) | 2009.01.01 |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