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뻐꾸기의 절규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0. 6. 4. 23:11

 

 

뻐꾸기의 절규 / 혜천 김기상

 

 

낯설은 남의 둥지에

비밀스레 잠입하여

조심스레 낳아 놓은 알에서 부화된

핏덩이 새끼가 너무너무 보고파서

날이 새기 바쁘게

엄마 뻐꾸기 피을음을 토한다

뻐꾹 - 뻐꾹 - 뻐어꾹

 

남의 새끼 밀어내 살처분한 비운 자리

제것인양 차지한 뻔뻔스런 새끼 하나 

양부모의 보살핌 받아

무럭무럭 자란 모습 너무너무 대견해

잘 커주어 고맙다 - 고맙다 환성을 내지른다

뻐꾹 - 뻐꾹 - 뻐어꾹

 

자기 새끼들 생명을 앗아 간

철천지 가해자인 줄 전혀 모른 채

자기 새끼인 줄로만 알고 길러 내는

양부모 새들을 바로보기 죄스러워

미안하오 - 미안하오 - 참으로 미안하오

눈물 머금은 채 속내를 게워 낸다

뻐꾹 - 뻐꾹 - 뻐어꾹

 

창조주 하느님께선 어쩌자고 저희에겐

이토록 가혹한 태생적인 섭리를 씌우시어

온주변의 갖은 눈치와  날이 선 비난을 의식하며

살아가게 하셨나이까 ?

저희도 집다운 집을 짓고

새끼를 품에 품고 떳떳이 살고 싶답니다

원망스럽습니다 - 원망스럽습니다

뻐꾹 - 뻐꾹 - 뻐어꾹

 

하느님의 모상으로 창조되어

잘났다고 으스대는 인간들 세상에도

우리들 뻐꾸기처럼

억울한 남의 죽음을 딛고 살아가는

못되고 고약한 무리들이 있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네야 태생의 섭리를 따를 뿐이지만

하느님을 모상으로 삼아 태어난 당신네들이야

언감생심 그래서는 아니 되는 것 아닌가요

아니 그렇습니까

뻐꾹 - 뻐꾹 - 뻐어꾹

 

10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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