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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인의 유언장, 풍수지탄(風樹之歎)

sunog 체칠리아 2013. 12. 14. 00:23

 

 

 

어느 노인의 유언장, 풍수지탄(風樹之歎)

아내를 잃고 혼자 살아가는 노인이 있었다
.
젊었을 때에는 힘써 일하였지만
이제는 자기 몸조차 가누기가 힘든 노인이었다
.
그런데도 장성한 두 아들은 아버지를 돌보지 않았다.
어느 날 노인은 목수를 찾아가
나무 궤짝 하나를 주문하였다
.
그리고 그것을 집에 가져와 그 안에
유리 조각을 가득 채우고 튼튼한 자물쇠를 채웠다
.

그 후 아들들에게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아버지의 침상 밑에
못 보던 궤짝 하나가 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
아들들이 그것이 무어냐고 물으면
노인은 별게 아니니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할 뿐이었다
.

궁금해진 아들들은 아버지가 없는
틈을 타서 그것을 조사해보려 하였지만 자물쇠가
잠겨 있어서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알 수 없었다
.
궁금한 것은 그 안에서 금속들이
부딪치는 것 같은 소리가 난다는 것이었다
.

아들들은 생각하였다.
'
그래! 이건 아버지가 평생 모아 놓은 금은보화일거야.'
아들들은 그때부터
번갈아가며 아버지를 모시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뒤 노인은 죽었고
,
아들들은 드디어 그 궤짝을 열어 보았다.
깨진 유리 조각만이 가득 들어 있는 것을
발견하고
, 큰 아들은 화를 내었다.

"..
당했군!"
그리고 궤짝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 동생을 향해 소리 쳤다
.
"
? 궤짝이 탐나냐? 그럼, 네가 가져라!"
막내아들은 형의 말을 들었는지 못 들었는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적막한 시간이 흘렀다. 1, 2, 3.
아들의 눈에 맺힌 이슬이 주루룩 흘러내렸다.

막내아들은 그 궤짝을 집으로 옮겨왔다.
나뭇가지가 조용하려 해도 바람이 쉬지 않고
자식이 효도하려 해도 어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
.‘

옛글을 생각하며,
아버지가 남긴 유품 하나만이라도 간직하는 것이
그나마 마지막 효도라 생각한 것이다
.
아내는 구질구질한 물건을
왜 집에 들이느냐며 짜증을 냈다
.

그는 아내와 타협을 했다.
유리 조각은 버리고 궤짝만 갖고 있기로..
궤짝을 비우고 나니,
밑바닥에 편지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막내아들은 그것을 읽다가
꺼억꺼억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나이 마흔을 넘긴 사나이의
통곡 소리에 그의 아내가 달려왔다
.
아들딸도 달려왔다.

그 글은 이러하였다.
첫째 아들을 가졌을 때 나는 기뻐서 울었다.
둘째 아들이 태어나던 날, 나는 좋아서 웃었다.
그때부터 삼십여 년 동안, 수천 번, 아니, 수만 번
그들은 나를 울게 하였고
, 또 웃게 하였다.

이제 나는 늙었다. 그리고 그들은 달라졌다.
나를 기뻐서 울게 하지도 않고,
좋아서 웃게 하지도 않는다.
내게 남은 것은 그들에 대한 기억뿐이다.
처음엔 진주 같았던 기억.
중간엔 내 등뼈를 휘게 한 기억.
지금은 사금파리 , 유리 조각 같은 기억.

아아,
내 아들들만은.. 나 같지 않기를..
그들의 늘그막이 나 같지 않기를..
아내와 아들딸도 그 글을 읽었다.

"
아버지!" 하고 소리치며
아들딸이 그의 품으로 뛰어들었다
.
아내도 그의 손을 잡았다.
네 사람은 서로 부둥켜안고 울었다.
그런 일이 있은 다음부터 그들 집안에서는
즐거운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

(
풍수지탄(風樹之歎)
부모가 돌아가시어 효도를 할 수 없음을 한탄 한다는 뜻
)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