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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完)노년의 기술 - 시간을 친구처럼 느껴라

sunog 체칠리아 2014. 6. 10. 16:34

 

 

 

시간을 친구처럼 느껴라 

늙어가는 일은 시간과 관련한 특별한 경험이다
.
살다 보면 손가락 사이로 시간이 빠져나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그리고 살날이 점점 줄어든다고 느낀다.
그래서 유한하고 제한된 시간의 경험은 두려움을 동반하다.
그러면 나에게 남은 시간을 최대한 잘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주어진 시간에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성취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다

그러나 그럴수록 시간은 내게서 더 멀리 달아나고
더 빨라지고,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 것이 된다.
그러다 보면 시간은 어느새 내가 싸워 이겨야 할 적이 되어 있다.
  
그리스인들은 시간의 경험을 신화에 담아 표현했다
이야기의 형식을 빌려 시간의 비밀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는 왕위를 빼앗기는 것이 두려워  자기 자식들을 다 먹어버린
크로노스에 대한이야기가 나온다
크로노스의 부인 레아는 남편을 속이기에 이른다
제우스가 태어나자 아기 포대기 속에  커다란 돌덩이를 넣어놓은 것이다
.
그것도 모르고 돌덩이를 먹어버린 크로노스는 이로 인해 제우스에게 제압을 당하게 된다
시간측정기를  크로노미터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바로 언제나 부족하고
틈만 나면 우리를  잡아먹으려 드는, 우리가 적으로 경험하는 시간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라 할 수 있다
.
  
그리스어에는 시간을 가리키는 낱말이 하나 더 있다
기회가능성으로서의 시간을 의미하는 편안한 느낌의 '카이로스'가 그것이다.
카이로스는 선물로 주어진즐길 수 있는 시간을 뜻한다. 우리가 경험하는
시간이 크로노스인지
카이로스인지는 전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 있다
온전하게 순간을 사는 사람의 시간은 선물로 주어진 편안한 카이로스의 시간이다
카이로스의 시간은 붙잡을 수 없지만 그 순간만큼은 우리에게 속해 있다
이것이 바로 카이로스 시간의 비밀이다카이로스의 시간은 느낄 수 있고 함께 숨 쉴 수 있다
이로서 우리는 시간에 대한 감각을 터득한다.
  
잘 늙고 싶은 사람은 시간에 대한 관계를 한번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시간을 음미하고 그 순간 속에 온전히 존재할 수만있다면 시간은  줄어들지 않는다.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지도 않는다그리고 매 순간 새로운 선물로  주어진다
그러면 시간 속에 온전히 존재할 때 시간은 영원이 된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있다
그때가 바로 시간과  영원이 교차하는 순간이다. 시간이 멈춘다는  것은 
지루해서 시간이 정체된 것 같다는 의미가 아니다

시간의 존재를 강렬하게 느낀다는 뜻이다
그러면 시간 속에서 영원을 만질 수도 있다. 삶이 충만해지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시간을 적이 아니라 친구로 대하는 것이 진정한 노년의 기술이기도 하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에 대한  명상에서 "내게는 한 방울의 시간도 소중하다"라고 썼다
그리고 구약성서에 나오는 현자 코렐렛은 "모든 것에는 때가 있다
하늘 아래 모든 것에는 시기가 있고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코헬렛3:1 고 했다
노년을 사는 사람은 시간의 비밀에 귀 기울일 줄 알아야 한다
그러면 궁극에는 나의 시간이 신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왜냐하면 신만이 시간으로부터 자유롭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사는 동안 사람은 시간 속에 살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따금씩 시간의 장막을 뚫고 조물주의 영원성이 내리비치는 경험을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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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의 기술 (안젤름 그륀 신부 지음, 김진아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