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거울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3. 1. 13. 15:20


 

 

거울 / 혜천 김기상

 

참으로 오래간만에 거울 앞에 서 본다

 

살아오며 고비고비 마주친

고통과 아픔

난관과 역경

갈등과 장애들을  애써 이겨내느라

 

어지간히 참아낸 설움만큼

끝도없이 쏟아낸 눈물만큼

남모르게 숨겨온 한숨만큼

 

알알이 옹이로 굳어진 주름살들이

고단했던 삶의 잔영(殘影)으로 물결되어 일렁인다

 

마주한 거울이

늙음을 슬퍼말라 위로하듯

아니 작심이라도 한 듯

명경지수의 차가운 눈매로 연민을 대신한다

 

주름진 삶의 이랑을 따라

회한과 추억을 끄집어내 반추하며

늙어져 피로한 육신과 갈증으로 목마른 영혼을 추스려

사색의 행보를 옮기고 있을 때

마주한 거울이 이젠 안타깝다 못해 민망한 듯

도저하게 파르르 몸을 떤다

 

그러는 거울이 나는 밉다

그러는 거울이 나는 싫다

 

아서라

그렇다고

거울을 깨부숴서는 안 된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그나마 나를 산산조각낼 테니까

 

거울만큼 정직한 증인도 없다

거울만큼 고마운 멘토도 없다

 

나는 안다

나와 이런저런 관계를 맺어

살아왔고, 살고 있고, 살아가게 될

그 모든 이들 하나하나가 하나같이

나의 거울인 것을

 

 

 

혜천
2013.01.13 07: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