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주상절리 앞에 서다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3. 2. 14. 22:06

 

 

 

주상절리 앞에 서다 / 혜천 김기상

 

 

화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바다와 만나면서

육각형의 기둥 모양으로 굳어진 거라지만

지금의 자태를 갖기까지는

아마도

오랜 세월 두고두고

신묘(神妙)한 손길로 다듬어진 게 분명하다

 

성난 파도로 날을 세운 바닷물이

수억 년 공들여 깎아 세운 절벽이 그러하고

 

억겁의 세월을 두고

숱한 이름으로 불리는 바람이

표정을 바꾸며 폭풍으로 다가와

으스러져라 껴안는 강렬한 몸짓으로

온몸을 던져서 새겨 놓은

절미(絶美)한 절리(節理)가 그러하다

 

,

올연(兀然)히 너희 앞에 홀로 서서 묵상에 잠긴다

 

타의 추종을 거부하는 절세의 조각장인이 있어

제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이토록 기기절묘한 절승(絶勝)

감히 흉내조차 내겠는가

 

어림도 없는 일이다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언어도단(言語道斷)의 절묘함과 아름다움의 극치는

이를 두고 이름인가

 

기껏 흉내의 시늉만 내다가 

고작 찰나(刹那)를 살다 가는

우리네 인간의 모습이 초라하기 그지없다

 

절벽을 깎고 절리를 새긴

물과 바람을 점지하신

창조주 하느님의 현존(現存앞에

삼가 머리를 조아려 흠숭을 바친다

 

<2013. 01. 22  제주 주상절리 앞에서>

 

 

 

혜천 2013.02.14 1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