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설중매(雪中梅)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3. 3. 15. 21:01

 

 

설중매(雪中梅) / 혜천 김기상

 

해동 · 해빙으로 얼었던 땅이 풀리고

제법 불어난 물기로 질척이는 봄철보다는

 

차라리

내려쌓이는 순백(純白)의 눈발이

심히 오염된 대지의 상처와 고름, 얼룩과 땟국을 가려 주고

솜털같은 함박눈이 가지마다 꽃으로 피어나는

정갈하고 깔끔한 은백(銀白)의 절기를 가려

빨강 · 노랑  · 하양 ... 등 아름다운 색상으로

굳이 낙목한천(落木寒天)에 속살을 드러내는

꽃 중의 꽃이여

설중매(雪中梅)가 아니드냐

 

득도(得道)의 때를 기다리며 수행정진(修行精進)하여

기어이 뜻을 이루는 군자(君子)의 기품을 닮았으니

매난국죽(梅蘭菊竹) 사군자의 으뜸으로 꼽았겠고

 

나나없이 무리지어 꽃을 피우는

만화방창 봄을 마다한 채

하필이면

한겨울 모진 추위를 온몸으로 떨면서

고고(孤高)설중(雪中)을 고집하는 너야말로

겨울철을 잘 견딘다는 소나무 · 대나무와 함께

세한삼우(歲寒三友)예찬받는 연유를 알겠구나

 

얼음같이 깨끗한 살결과 옥같이 결곡한 뼈대를 지닌

순진무구한 처녀에 비유하여

너를

빙기옥골(氷肌玉骨)이라 불렀던가

 

사랑 · 고절(苦節) · 결기 · 지조 · 인내 ....등등

너만큼 하고많은 꽃말을 지닌 경우도

결코 흔하지가 않다.

 

 

혜천
2013.03.15 05: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