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죽음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3. 4. 16. 23:51

 

 

죽음 / 혜천 김기상

 

색깔의 출발은 무색(無色)이고

존재(存在)의 출발은 없음 = 비존재(非存在)이며

소리의 출발이 침묵이라면

 

우리들 인간이

저마다 이승에 태어나 애써 지녔던

자신의 색깔 = 개별적 정체성을 지워버리고

자신의 현존(現存)을 무화(無化)시키고

자신의 소리를 영원한 침묵 속에 묻어버린 채

 

자신의 정신적 실체인 영혼(靈魂)

임시로 거처해 오던 육신을 떠나서

영원히 머무를 자기본연의 자리로 되돌아가는

엄숙한 원시반본(原始返本)의 과정이

우리가 말하는 죽음이 아니겠는가

 

따라서

죽고 나면 살아 있는  자 그 누구도

죽은이를 더 이상 볼 수가 없고

죽은이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그러기에 죽음은

어찌 보면 허무하고

어찌 보면 다행이고

깊이 되새겨 보면 이만한 축복도 없다.

 

 

혜천
2013.04.15 06: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