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뚱한 상상 / 혜천 김기상 뜬금없이 열 마리의 돼지새끼를 품에 안는 꿈을 꿨다 예부터 돼지꿈은 길몽이라 하지 않았는가
날이 새기를 기다려 잰걸음으로 달려 나가 돼지 수만큼 로또 복권을 샀다
복권을 사는 순간부터 갖가지 상상이 꼬리를 이었다
나의 당첨사실이 알려지면 쥐나 개나 몰려와서 손을 내밀 테고 몰라라 아니 주면 ×××라 할 것이고 어쩌면 좋을지 걱정되었다
그래도 당첨만 되면 반은 뚝 잘라 통 크게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성당에 내놓고 반의반은 우리 부부 노후 대비 새로 짓는 양로원 분양 하나 받아 놓고 나머지의 반은 자녀들과 형제들에게 균분하여 나눠주고 맨 마지막 나머지는 눈 딱 감고 가난한 나를 만나 고생하며 살아온 아내 손에 마음껏 써보라며 쥐어주리라 생각했다
그러면서 발표날을 기다렸다 결과는 '꽝'이었다 그러나 기다리는 동안 매일 매 순간 비록 백일몽이기는 했어도 이렇게 풍요로운 상상이라도 해 본 건 내 평생 처음이다
기대와 소망, 꿈과 이상의 실상과 허상, 정면과 이면을 곰곰이 생각해 본다. |
혜천 2013.07.01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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