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어느 85세 할머니의 기도 지향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3. 7. 15. 23:15

 

 

어느 85세 할머니의 기도 지향 / 혜천 김기상

 

아침마다 공원 산책에 나서면

으레

같은 성당의 교우이신 85세 할머니와 만난다

손에는 언제나 묵주가 쥐어져 있다

 

아주 천천히 느린 걸음으로

공원을 한 바퀴 돌때마다

의자에 앉아 숨을 고르며

당일의 신비에 맞추어 묵주기도 1 단을 바친다

 

이렇게 다섯 바퀴를 돌고 나면

당일의 묵주기도 한 꾸러미를 모두 마치게 된다

 

어르신의 가장 큰 기도 지향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오직 하나

건강하게 살다가

자는 잠에 소리소문없이 선종(善終)하는 것 빼고

달리 있겠느냐고 하신다 

 

평생 하느님을 따라 섬기며

못된 짓 아니 하고 살아왔으니

이 소원 하나쯤이야 들어주시니 않겠느냐며 웃으신다

 

그렇게도 살가웠던 바깥 양반

저승에서 바람이라도 났는지

이 나이 되도록 데려갈 생각을 아니 하니

심히 괘씸하다며 묵주알을 굴린다

 

     "가족들은요 ?

      내가 원해서 따로 살고 있고

      식사는요 ?

      내가 손수 끓여 먹지"  하신다.

 

구원과 영생을 굳게 믿고 주님께 매달리는

할머니의 기도 지향이 이루어지기를 빈다.

 

 

 

 

혜천
2013.07.15 1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