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枯木) / 혜천 김기상
그 많던 이파리 모두 떨군 채 매서운 대한 추위에 발가벗은 앙상한 몸매로 달랑 빈 까치둥지 하나 붙안고 서 있다
한때는 까치들 서로 다투어 연년 세들어 살았건만 네가 생기를 잃고서부터는 둥지 떠난 까치마저 기별이 없다
죽어서조차 편히 쉬지 못하고 검은 그림자 드리운 채 누굴 위해 허구한 날 직립으로 힘겹게 서 있는 게냐
밑둥이 삭아 더 이상 서있질 못하고 너마저 자리에 누우면 오만 버러지들 떼지어 몰려 와 너를 숙주(宿主) 삼아 살림집을 꾸릴 게 아니드냐
너를 두고 곰곰 묵상에 잠기다 보니 창조주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자연 생태계의 섭리 앞에 삼가 고개를 숙이게 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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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천 2014.01.14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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