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고목(枯木)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4. 1. 15. 16:35

 

 

 

고목(枯木) / 혜천 김기상  

 

그 많던 이파리 모두 떨군 채

매서운 대한 추위에

발가벗은 앙상한 몸매로

달랑 빈 까치둥지 하나 붙안고 서 있다

 

한때는 까치들 서로 다투어

연년 세들어 살았건만

네가 생기를 잃고서부터는

둥지 떠난 까치마저 기별이 없다

 

죽어서조차 편히 쉬지 못하고

검은 그림자 드리운 채

누굴 위해 허구한 날

직립으로 힘겹게 서 있는 게냐

 

밑둥이 삭아 더 이상 서있질 못하고

너마저 자리에 누우면

오만 버러지들 떼지어 몰려 와

너를 숙주(宿主) 삼아

살림집을 꾸릴 게 아니드냐

 

너를 두고 곰곰 묵상에 잠기다 보니

창조주 하느님께서 마련하신

자연 생태계의 섭리 앞에

삼가 고개를 숙이게 되는구나..

 

 

 

혜천 2014.01.14 1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