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집 군자란 /녹암 진장춘
우리집 20년 넘는 식구
군자란이 피면 너무 반갑다.
여왕처럼 고고하고 화려한 꽃
까치가 반가운 소식을 전하듯
군자란이 피면 봄이 오고
행복한 텃밭 농사가 시작된다.
땅을 만지며 농작물과 놀다 보면 모든 걱정을 잊어버린다.
봄이면 춘정(春情)에 부푼 흙을 호미로 매고 손으로 만진다.
어릴 때 젖이 불어서 부푼 엄마 젖을 만지는 아기처럼 즐겁다.
2009년 4월 2일

군자란이 우리 집에 온지 20년이 넘는다.
그동안 세 번 이사를 하면서 군자란만은 꼭 데리고 다녔다.
우리 집 식구이기 때문이다. 흰 동백도 20년이 넘는 식구다.
흰 동백이 먼저 피고 뒤를 이어 군자란이 피지만 군자란은 곧 지고 만다.
봉오리가 맺고는 열흘 정도 지나 만개되어 일주일 정도 가다가
미련 없이 꽃잎을 깨끗이 지우고 열매를 키운다.
필 때와 질 때를 알아 깨끗하게 매듭을 짓는 모습이 군자답다.
열매는 곧 잘라준다.
열매를 심어 꽃을 보자면 3년은 키워야 한다.
오히려 포기를 내어 심는 편이 낫다.
매년 거르지 않고 이맘 때 화려하고 군자의
품위 있는 모습으로 자신을 나타나는 꽃
난은 고고하다지만 아름다운 자색이 없고 기르기 까다로워 잘 죽는다.
나 같이 꽃에 게으른 사람은 난 기르기가 어렵다
군자란은 생명력이 강하여 열흘에 한 번 물을 주어도 잘 산다.
기르기에 까다로운 것도 없고
아름다움과 고고함을 동시에 지닌 꽃이 군자란이다.
작년 가을, 꽃을 피워서 봄에 꽃을 못 볼까 우려하여
꽃대를 끊어 주었더니 봄에 피었다.

3월 22일

3월 28일

4월2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