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아는 것과 실천하는 것/녹암 진장춘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다.
아는 것이란 과학적 지식을 말한다.
현대는 정보가 재산이라고 한다.
즉 지식과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부와 출세의 밑거름이 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많이 알려고 부단히 책을 읽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정보를 찾아 헤맨다.
인간이 천 년을 산다고 한들 해변의 모래 몇 알만한 지식 밖에 알 수 없고
잠을 안자고 노력한다고 해도 만족한 지식은 얻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
혹 세속적인 성공을 위하여 필요한 일인지 모르지만
인간의 의미와 깨달음을 위한 독서는 그 양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최근 수 년 간 성경과 철학에 관한 공부를 하면서 회의를 느낀다.
성경을 학문적으로 깊이 아는 것이 내 인생에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앞으로 10년을 더 공부한들 성경에 대해 극히 일부분을 알 것이고
많은 지식들이 지금 나에게 필요한 지 의문을 갖게 되었다.
더구나 다른 것을 희생하면서까지 해야 하는 것일까?
깨달음을 위한 독서의 목표는 내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데 있다.
실천은 소홀히 하고 지식 나부랭이를 모으는데 바쁜
나를 보면서 개미를 생각한다.
베이컨은 개미(모이기만 하는 사람)와 거미(생각만하는 사람)보다
벌의 자세(아는 것을 창의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로 학문을 하라고 했다.
하나라도 알아 제대로 실천하는 삶이 벌의 자세일 것이다.
배우는 자세는 중요하지만 그 보다 더 중요한 것을 잊어선 안 될 것이다.
의천 대사와 지눌 대사가 주장한 교선(敎禪)일치가 이것일 것이다.
겸허하게 수행하는 마음으로 읽고 사색하고 묵상하고
하나라도 실천하며 사는 것이 바른 삶의 자세일 것이다.
배운 것 많은 지아비를 위하여 못 배우고 못나 평생 구박받던 지어미가
지아비의 멀어가는 눈을 고치려고 몰래 자기 눈을 뽑아
각막이식 수술을 해준 이야기가 있다.
인생에서 참으로 성공한 이는 그 지아비가 아니라 그 지어미일 것이다.
하느님!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아는 것을 하나라도 실천하는 것이 천배 더 중요하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소서.
그리고 실천하게 해주소서.
2010-3-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