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감(交感) / 혜천 김기상
새벽 산책길의 의자에 앉아 호흡을 고르며 앙앙불락 울어대는 애먼 귀뚜라미에게 시끄럽다 투정을 부리는 나에게
길섶의 숲속에서 함께 밤을 난 갈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볼을 스치며 귀엣말로 이르는 말
"할아버지의 푸념과 투정이 영 마음에 안 든다며 귀뚜라미 녀석이 더 목청을 돋웁니다"
하기야 살아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차분히 죽음을 준비해야만 하는 막다른 상황에서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며, 외롭고 아쉬워 심하게 가슴앓이하는 너나 나나 서로 탓할 게 뭬 있겠느냐
오냐 투정과 푸념을 이제는 안 할 터 부디 맘에 꼭 드는 짝을 만나 실컷 사랑을 나누고 후사(後嗣)까지도 얻은 다음 여한없이 생을 마감하길 진심으로 빌어 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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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천 2013.10.1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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