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교감(交感) / 혜천 김기상

sunog 체칠리아 2013. 10. 15. 23:31

 

 

교감(交感) / 혜천 김기상

 

새벽 산책길의 의자에 앉아 호흡을 고르며

앙앙불락 울어대는 애먼 귀뚜라미에게

시끄럽다 투정을 부리는 나에게

 

길섶의 숲속에서 함께 밤을 난

갈바람이 살며시 다가와

볼을 스치며 귀엣말로 이르는 말

 

    "할아버지의 푸념과 투정이

     영 마음에 안 든다며

     귀뚜라미 녀석이 더 목청을 돋웁니다"

 

하기야

살아 있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아

차분히 죽음을 준비해야만 하는 막다른 상황에서

왠지 쓸쓸하고 허전하며, 외롭고 아쉬워

심하게 가슴앓이하는

너나 나나 서로 탓할 게 있겠느냐

 

오냐

투정과 푸념을 이제는 안 할 터

부디 맘에 꼭 드는 짝을 만나

실컷 사랑을 나누고

후사(後嗣)까지도 얻은 다음

여한없이 생을 마감하길 진심으로 빌어 주마.

 

 

 

 

 

혜천
2013.10.15 1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