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신(捨身) / 혜천 김기상

사신(捨身) / 혜천 김기상   자신의 몸을 던지고 목숨을 바쳐서 그 나름 큰 일을 해 내는 사신(捨身)＊만큼 값지고 큰 희생도 없다   양초는 자신의 몸을  태워 어둠을 밝히고 연필은 제살을 깎아 심을 드러내 글씨를 써내고 지우개는 제 몸을 헐어서 오자를 없애 준다   장미, 백합, 튤립,국화‥‥ 등과 같이 아름답고  심오한 꽃말을 지닌 많은 화초들은 꽃 대궁과 함께 잎 줄기가 댕강댕강 싹둑싹둑 잘려지고 화환으로 꾸며져 경사와 애사가 행해지는 의전(儀典)의 현장에서 경축과 애도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어 준다   매일같이 먹는 밥과 반찬은 이런저런 식재(食材)들이 사신과 가공의 과정을 거쳐 통째로 씹히고 갈기갈기 찢기고 바수어져 살과 피의 생명소인 영양소로 흡수된다   사신과 같은 맥락의 말로서는 헌신(獻身) · 소신(燒身) · 살신(殺身) 등이 있고 사신취의(捨身取義) · 헌신봉사(獻身奉仕) · 소신 공양(燒身供養) · 살신성인(殺身成仁) 등은 사신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는 사자성어들이다   우리들 인간의  삶은 우리들 인간이 몸담고 있는 자연을 비롯하여 인간과 관련을 갖고 있는 이런저런 그 모든 것들의 직간접적인 사신을 통해서 비로소 가능해진다    자식들을 향한 어머니의 지극하신 모정은 사신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무조건적인 사랑인 모성애에 그 뿌리를 두고 있어서 어머님의 은혜는 하늘보다 높고 바다보다 깊다고 하질 않는가   온 인류의 구원과 영생을 위해서 십자가에 못박혀 참혹하게 돌아가신 예수님의 죽음이야말로 사신의 전형이자 전범이어서   예수님은 인류의 구세주로 추앙받고 있질 않는가.   <주(註)> : 사신(捨身)‥‥불교 용어로서 목숨을 버리고                                      일신을 바치는 것을 뜻함.

혜천 2013.11.1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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