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³о♣마음의 쉼터↘/詩人 혜천 김기상 336

과일 한 알의 의미 / 혜천 김기상

과일 한 알의 의미 / 혜천 김기상 과일을 한 입 덥석 씹으며 문득 생각에 잠긴다 따스했던 햇살 숱하게 스쳐 간 바람 때맞춰 내려 준 빗물 흙이 제공해 준 자양분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도운 나비와 벌 농사꾼의 땀과 정성과 염원... 등이 하나로 응축되어 빚어낸 신비의 열매이려니 무심코 그냥 씹어 넘..

꽁보리 비빔밥 / 혜천 김기상

꽁보리 비빔밥 / 혜천 김기상 경기대학교 정문을 지나 광교산으로 접어드는 초입의 들머리에 뒤로는 광교산의 한 자락을 업고 앞으로는 길 하나 건너 저수지가 바로 보이는 배산임수(背山臨水)의 적지(適地)에 비옥한 넓은 텃밭을 끼고 고즈넉하게 터를 잡은 식당을 겸한 허름한 농가인 "자연농원"이 ..

낙엽에게서 배운다 / 혜천 김기상

낙엽에게서 배운다 / 혜천 김기상 억겁의 세월이 자리해 온 허공으로 한 점 미련없이 몸을 날려 새로운 길<道>을 찾아 떠나는 낙엽아 너로 하여 참으로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새봄에 새로이 움이 돋아 나올 터를 다지기 위해서 스스로 물러나는 너희 모습을 보면서 공동체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낙엽 / 혜천 김기상

낙엽 / 혜천 김기상 갈매빛 단색으로 건강하던 이파리가 소슬한 가을 맞아 시름시름 앓더니만 빨강 · 노랑 화려하게 수의(壽衣)로 갈아입고 갈바람 상여 삼아 낙엽되어 떠난다 바람이 실어다 내려놓는 곳 산이든, 들이든, 강이든 개의치 않고 그곳이 자신의 무덤인 양 몸을 눕힌다 넉넉한 추깃물 미끼..

만인의 원(願) : 행복이란 / 혜천 김기상

만인의 원(願) : 행복이란 / 혜천 김기상 살아 있는 사람 치고 그 누구나 행복해지려고 하지 불행해지고자 하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습니다 곰곰이 따지고 보면 우리들 개개인의 그 모든 노력들은 궁극적으로는 행복에 지향(志向)되어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행복이야말로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 가운..

가을 하늘 / 혜천 김기상

가을 하늘 / 혜천 김기상 하늘 하면 으레 창조주 하느님이 연상된다 아침 산책길의 하늘이 오늘따라 유난히도 높다 넓다 맑다 그지없이 드높은 가을 하늘을 본다 지고(至高)하신 창조주 하느님의 실체 앞에서 꼼짝없이 고개를 떨군다 한없이 초라하고 낮은 나의 실존을 실감한다 가없이 드넓은 가을 ..

이승 / 혜천 김기상

이승 / 혜천 김기상 태어나서부터 죽기까지 생로병사의 필연적인 통과의례가 구체적으로 치러지는 시공간(時空間) 불가(佛家)에서 화택(火宅)으로 표현하듯 오만 가지 번뇌(煩惱)를 사르며 살아가는 곳 자기상처를 통해서 진주를 키워내는 전복에게 있어서의 바다와 같은 역할을 하는 우리들 인간의 ..

집중호우 / 혜천 김기상

집중호우 / 혜천 김기상 금년은 우리 한반도에서 가장 긴 압록강이 범람하고 심지어 수도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일대가 침수로 미증유의 물난리를 겪는 등 집중호우가 유독 극성을 떨었다 한반도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지구촌 구석구석이 그러하였다 왜 그랬을까 ? 살인적인 이상폭염(異常暴炎)이 ..

귀성(歸省) / 혜천 김기상

귀성(歸省) / 혜천 김기상 고향 ! 베잠방이 훌렁 벗고 물장구치며 놀던 곳 참외 · 수박 · 사과 · 콩.... 등을 서리하다 들켜서 호되게 야단 맞던 곳 갯벌에서 바지락, 낙지 잡아다가 해물탕 요리해서 먹던 곳 가을걷이 끝난 논배미 수렁에서 미꾸라지 잡아다가 추어탕 끓여 먹던 곳 이런저런 가지가지..

코스모스 / 혜천 김기상

코스모스 / 혜천 김기상 벌초길 추석 귀성길 고향 찾아 가고 오는 길섶마다 하양 · 빨강 · 분홍 · 노랑 색색옷 갖춰 입은 아름다운 몸매로 고추잠자리 품에 안고 나란히 줄로 서서 "어서 오십시요" 마중해 주고 "안녕히 가십시요" 배웅해 주며 "고향을 잊으시면 어디 사람인가요 그러니 내년에도 꼭 ..